인적없는 산길을 모녀가 오르고 있다, 아버지의 시신을 이고.
군사작전지역으로 묶인 산 어딘가에 묻히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좇아 이 산까지 왔지만 도중에 관이 부서지고 인부가 사라지는 등, 모녀의 여정은 아득하게만 보인다.
마침내 도착한 무덤터,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연출의도
내가 이해한 가족이라는 것의 특수성, 서로에 대한 원망이나 되돌릴 수 없는 불화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서로를 품에 안고 세상을 건너야만 하는, 이해하기 힘든 그 징글징글한 인연에 대해 조분조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산으로 대표되는 인생이라는 것의 불가항력적 속성에 대해서도. 인생의 면면과 너무나 흡사한 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녀의 아버지 시신 올리기. 산의 끝에 닿기 전에 혹은 인생의 절벽에 서기전에, 세상의 모든 모녀들이 아버지와의 화해를 넘어서 자신들 인생과의 화해에 이르기를 소망하며, 나는 이 작품을 구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