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사람들,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불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카메라 앞에서 들려주는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시를 읽는 것 같다.
고단한 직장생활에 대해 약을 먹으며 버텨야 할지를 고민하는 30대 여성,
선택을 생각할 틈도 없이 기계처럼 일했지만 해고자 신세가 된 노동자,
20년 넘게 안정된 직장을 다니지만 알 수 없는 죄의식으로 공황 장애를 앓은 50대 남자,
불안한 현실보다는 게임 속 세상에서 안정을 찾는 남자,
자신이 겪은 혐오와 차별을 모든 약자의 고통과 동일시하는 여성까지.
이들은 각자 다른 처지이지만 불확실과 비참한 현실 앞에 선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연출의도
자본의 시간은 끊임없이 인간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세계의 비참 속에서 자신의 고통은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해 감히 입 밖으로 말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말문을 열고, 이 세상에 자신이 설 자리는 주어지지 않거나, 박탈된 지 오래되어서 이제 많은 것들에 무감각해진 사람의 잊었던 감각을 되살리고 싶었다. 무의미한 삶, 허무와 절망뿐인 세상이 아닌,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의 힘을 빌리기로 작정했다. 시는 고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가장 진실한 언어이며 기도이자 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