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간밤에 이불을 온통 적셔놓아 할아버지에게 혼이 난다.
노인은 이런저런 뒤섞인 감정들로 부아를 내지만 결국 손녀가 안쓰럽다.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남의 말을 되풀이할 줄밖에 모르는 소리...
우체부는 빈집들에 편지를 배달하며 점점 지쳐간다.
소리는 허수아비와 장난을 치며 논다.
개울에서 맞닥뜨린 우체부와 소리는 자신들만의 웃음을 노을 아래 온 산천에 뿌려놓는다.
연출의도
소외된 공간, 소외된 사람, 소외된 시간...
영화를 시작할 때의 고민은 농촌이라는 소외된 공간 속에 멈추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것이 편지다. 편지를 매개로 하여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오래도록 단절된 유령 같은 마을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삼 세대(할아버지와 젊은 우체부, 어린 소녀 소리)의 모습 속에서 이야기를 풀기로 하였다.
이 영화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농촌(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바로 오늘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