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혼자 산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섹스용 고무인형과 함께 산다. 일상처럼 대문 위에 만들어 둔 화단에서 꽃을 가꾸고, 술을 먹고 인형을 상대로 섹스를 한다. 그런 J는 곧잘 꿈인지 상상인지 혹은 환상인지 모를 상황에 빠져들어, 큰 성기를 들고 돌진하는 군인이 되고, 때론 바다아래 게가 되어 기어다닌다.
연출의도
표현의 힘은 무엇인가. 우리의 시야가 주는 그 이미지의 결합인가. 분절이 많을수록 영화의 주의력과 친화력은 떨어지는가.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 닿을 수 있을까.
영화를 바라보는 입장들은 매우 다양하다. 나는 사소하고 일반적인 사람들 속에서 같이 생각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나 의식들을 얘기하고 싶다. 일방적이지 않고 열려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이러한 입장은 영화 속의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극적인 이입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또한 따로 떨어져 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러한 바램은 연출되어지는 작품만이 아닌 제작 전반에 대한 감독의 입장이라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공간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테크닉을 사용함에 있어 미학적, 양심적 발상에서 출발해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부적격자>속의 삶은 어둡고 비극적일 수 있지만 그 삶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이고 현실일 수 있기에 단순한 감정상태의 전달이 아닌 공유해야할 의식의 몫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