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던 한 고등학생이 가위에 눌린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학생. 가위가 가져다 주는 공포, 불안 그리고 긴장. 무엇이 그를 가위에 눌리게 하는가? 그리고 가위의 실체는 무엇인가?
연출의도
시간은 이미 시간-기계다. 우리의 행동과 말, 사고를 제약하고, 그 흐름을 적당한 단위로 절단하여 채취하는 시간-기계다. 학교에나 작업장에나, 또 많은 경우에는 공부하는 아이들의 방에도 어김없이 달라붙어 있는 시간표는 매시간, 혹은 이미 주어진 분량의 시간마다 우리의 할 일을 정해준다. 시간표-기계.
…(中略)… 공간의 경우도 비슷하다. 나이가 한 네댓 살쯤 되면 집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며, 의자에 억지로 끌어다 앉혀 밥 한 숟갈 떠 넣어놓으면 어느새 저리 달아나 다른 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유치원에 가선 달라진다. 멀쩡히 자기 손으로 꼬박 꼬박 식사를 한다. …(中略)… 결코 만만치 않은 선생님의 거역하기 힘든 시선과 말이 아이들을 유치원의 식탁에 앉게 한다. 높이 돋운 교단 위에서, 마치 권위 모양 곧추 세운 교사의 시선, 교탁을 향해 줄지어 배열된 책걸상들, 그리고 닫아놓은 문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교사를 보며 앉아 있게 만든다. 집이나, 공장이나, 유치원이나, 학교나 모두 '기계'다. 우리의 말과 행동, 사고를 제한하고 특정한 형태로 반복하게 하는 '공간-기계'.…(中略)…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런 시간-기계와 공간-기계를 통해서 조직되고 진행된다. "우리의 하나하나의 행동은 어떤 식으로든 이 시간-기계와 공간-기계에 결부되어 있다."
-이진경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