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금속성 드릴 소리를 배경으로 한 할머니가 슬픈 표정으로 우리를 돌아본다. 그리고 침대에서 소리 죽여 우는 한 여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잔잔히 자장가를 불러주는 할머니. 그녀가 잠이 들자 산부인과 쓰레기통에서 그녀가 버린 듯한 태아를 주워담는다. 계속해서 도시의 밤거리를 걸어 다니는 할머니의 두 손에 늘어나는 비닐 봉지들. 할머니의 긴 여정 끝에 도착하는 곳은 멀리서 신도시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이다. 할머니는 버려진 태아들을 묻어 작은 봉분을 만들고 그들을 위한 살풀이춤을 춘다.
연출의도
사이버공간에서 사이버인간들이 만들어지는 지금...
신화나 전설은 더 이상 현대인들에게 남아있지 않다. 그들의 가치는 과학이라는 잣대로 평가되고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속에 담겨진 작은 바램마저도 잊혀지고 있다.
만약 과거 전설속의 인물들이 지금도 존재한다면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잊고 있던 전설 속의 삼신할머니, 그녀가 가지고 있는 끊임없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염원을 기대하며 삼신할머니를 삭막한 현대도시 한복판에 부활시켜 보고 싶었다. 아직 우리는 그를 잊어버리기엔 너무 나약한 존재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