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후,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무덤덤해진 부부. 서로 대화가 없는 가운데, 기자근성을 발휘하는 남편은 부인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에 거실 한구석에 무인 카메라를 장치해 둔다. 그러나 아내를 좀 더 잘 알기 위해 설치된 카메라는 그녀의 진실을 왜곡하고 남편은 카메라에 보여진 그녀의 행동을 계속 오해하게 된다. 여자는 자신의 권태로움과 나른함에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문학상에 응모해 보지만 쓴 고배를 마신다. 남편은 그 과정을 겪는 여자의 평이한 일상을 카메라를 통해 보게 되는데,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 믿게 된다. 남편의 오해와 자신을 감시하던 남편의 카메라를 발견 이후 그녀는 늘 갇혀 지내던 아파트를 나와 자신의 결혼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연출의도
결국 몰래 카메라를 통해 특별한 것, 누군가의 내가 모르는 다른 면을 발견하고자 하지만 그것은 실상 나와 별다르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이고, 그것이 객관성을 주고, 주어진 이미지를 믿게 만드는 성질 때문에 타인의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몰래 카메라를 보는 나는 드러난 이미지 자체를 믿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보고 있는 나의 상상을 믿는 것이다.
가장 객관성을 갖는 화면 구성... 앙드레 바쟁은 진실을 얻기 위해 카메라는 인물을 클로즈업으로 들어가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둔 정면에서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몰래 카메라라는 것 자체의 구도는 바로 그 화면 구성이다. 그러나 우리가 얼마나 그것이 객관적이고 진실을 얻는다고 확언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서 영화의 구상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