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있던 기영은 자살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살은 환상 속에만 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하게 만원 짜리 하나를 발견하여 답답한 굴레와도 같은 방을 벗어나게 된다. 바쁘게만 살아왔던 기영은 남산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모처럼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만원이 없어지면 또 다시 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아는 기영은 자신이 집착했던 삶이 곧 돈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며 생각의 전환을 맞이한다. 그리고 물질에 의한 종속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한다.
연출의도
두 가지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하나는 언제나 머리에서 떠돌던 마지막 장면에서의 강렬한 자살의 이미지였고, 또 하나는 1998년의 서울이라는 이미지였다. 실업이라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소재였고, 내 머리 속의 두 가지 문제를 연결해주는 도구였다. 나의 영원한 주제인 삶과 죽음은 이 작품에서 그 첫선을 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