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내가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다. 주변은 어둠이다. 옆의 문을 열자 나이 든 여자가 나신으로 누워있다. 순간 난 그녀가 나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내게로 전해져 오는 고통. 나는 다가가 그녀를 안는다. 나의 감정은 슬픔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슬픔을 지나 따뜻함을 느꼈고 우리가 서로 위안 받았음을 알았다. 꿈은 그 어디쯤에서 끝난다.
<현빈>은 어머니와 딸의 화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화수, 초경, 달, 석류, 뜨개질 바구니, 화분 등의 이미지들은 꿈과 기억, 무의식을 통한 반영의 과정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실험적 스타일을 구사하는 영화이면서도 일종의 서사가 존재하며, 이미지의 흐름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이다.
연출의도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이 뭔지 스스로도 궁금하여 1년 넘게 꿈을 기록했던 적이 있었다. 그 기록과 되새김의 과정은 또 다른 기록과 새김질로 이어졌고 나는 나의 신체의 주기적인 변화에 따라 떠오르는 꿈의 이미지들에 특별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나와 나의 어머니의 개인사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특별한 신체적인 변화의 주기가 여성인, 그러나 그것을 잊고 사는 나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들. <현빈>은 이 꿈에 대한 나의 반성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