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어촌의 겨울밤, 철길 건널목 허름한 가게 앞에서 젊은 여자가 신호음만 들려오는 수화기를 들고 있다. 그녀가 가자 가게 안의 늙은 여자가 나와 전화를 떼 내어 들어간다. 가게의 불이 꺼진다. 가게 주위에서 일어나는 늙은 여자의 일상. 한복집 재봉틀 앞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의 일상. 퇴근길 젊은 여자는 가게 앞을 지나가다 전화를 건다. 여전히 신호음만 들려 온다. 밤늦은 기차가 지나가고 가게를 나온 늙은 여자가 전화를 떼 내어 가게로 들어간다. 가게 불이 꺼진다.
연출의도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인간이라는 다양한 군상 앞에 겸허하고 열린 가슴으로 그 앞에 서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선택되어진 공간과 등장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 존재하는, 그저 존재함으로써 의미가 있는 우리들의 일부분이다. 그대로의 그들과 그 공간을 바라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