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고 싶은 아들은 병들어 누워있는 아버지의 반지를 빼어들고 집을 나간다.
남자는 어디인가로 떠나고 싶다.
여자는 그를 말릴 수 없다.
그녀는 그의 여비를 마련해주기 위해 정육점 주인에게 몸을 판다.
남자는 떠나고, 홀로 돌아오는 길의 흐느낌.
"어머니, 애 배지 않게 해 주세요..."
연출의도
1. 내용으론, 적극적으로 타락하자는 선동 영화
2. 형식으론, 현대성이라는 것
1) 종합(구성)이 아닌 분산(해체)
단칸방, 짜장면집, 정육점 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이다.
이 영화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영화가 <탈-순정지대>.
한 쌍의 주인공이 아닌 다수 쌍의 주인공들
2) 탈공간 혹은 시공의 좌표가 포획할 수 없는 대상
공간을 훑지 않은 채 단칸방이며 벌판이며 중국집이며 정육점이다.
이것의 정점은 섹스 씬 다음 씬인 "돈 좀 있어?"라고 여자가 묻는, 공간이 전혀 없는 클로즈업 씬.
각 씬이 자리바꿈을 해도 아무 상관 없을 것.
시간 좌표가 이미지를 혹은 대상조차도 포획할 수 없다는 것.
공간과 다른 공간이 아무런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
3) 안티 플레잉, 안티 테크놀로지
보충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작심한 영화.
기계와 기술에 굴복하지 말자는 영화.
의도적인 (잘)못 만들기는 아니지만 (잘)못 나오면 (잘)못 나오는 대로 쓰겠다고.
퍼포레이션에 맞물리지 않아 흘러내린 필름(중국집 씬)을 작가(감독)가 쓰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는 오만.
아니면, 에이 뭐 어때, 될 대로 되라지, 그냥 가는 거야,
못 생긴 대로 저것도 뭐가 되겠지 식의, 고급성, 절대성, 좋은 영화에 대한 조롱.
3. 그리고 우리가 사는 현대라는 곳, 이미 거대한 고목은 쓰러졌는데,
아직도 그 고목 밑에서 숨헐떡이는 안쓰러움이라니.
영화는 거대한 고목을 확인사살한다.
아들이 아버지(권위)를 죽이고, 큰 거울(세계를 보는 단일한 창)을 깨뜨린다.
남은 건 제 얼굴을 치장하는 작은 손거울.
나는 화장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