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안에서 영사사고가 발생한다. 유일한 관객이었던 두 사람은 영화를 보는 대신 대화를 나누기로 한다.
연출의도
영화가 블랙박스를 빠져나가고 각자의 디바이스로 이동해 버린 지금, 극장을 잃을수록 그 체험이 물질적인 것에 가까웠음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그 물성을 재연하고자 하는 일종의 실험이다. 나는 극장을 나올 때마다 기원 없는 상실감을 달래곤 했던 기억의 잔영들을 떠올린다. 스크린 앞에 앉아 스스로의 몸을 끊임없이 지워내던 감각을 소환하면서. 그러나 환영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상한 상실에 부딪힌다. 무언가를 형상화하려 할수록 그것을 잃고마는 여정. 극장 바깥으로 나온 스크린의 유령들은 빛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