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살 선화는 늘어가는 엄마의 화분들이 지긋지긋하다. 집안 곳곳이 식물들로 점령당하고, 아빠도 식물처럼 변하는 것 같다. 식물들을 없앨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지만 식물들은 오히려 더 강해진다. 선화를 좋아하는 경호가 준 감기약으로 최후의 반격을 한 다음 날 아침, 엄마가 사라졌다.
연출의도
이 이야기의 배경인 식물이 가득한 집은 실제 저희 집입니다. 엄마의 식물들이 온 집안을 점령해 욕조, 책상, 심지어 전자레인지 안까지 꽉꽉 들어찼습니다. 제 방 창틀까지 침범한 엄마의 식물들이 밉기만 했는데, 어느 날 오후 거실 가득 들어오는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초록색 생물들이 모조리 살아있으며 기뻐하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식물의 시선, 아이의 시선과 같이 낮은 곳에서 부터의 시선으로 한 가정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갈등, 화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모든 가정에는 각각의 사정과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인 사랑으로 결국에는 같이 공존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