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근의 숲에서 무리들과 함께 살아가던 원숭이 악심은 우연히 사람의 영혼이 떠도는 악령의 숲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춘자라는 소녀의 영혼이 악심의 몸에 들어오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무리의 두목 볼로가 악심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 날 또 다른 원숭이 파오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되지만, 파오의 계략에 의해 악심은 볼로를 죽인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된다.
도시로 도망친 악심은 자신에게 빙의된 춘자에게 무서운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그녀를 향한 연민이 악심을 춘자의 비극 속으로 몰아간다.
연출의도
70년대 일본의 야쿠자 영화나, 알랭드롱이 전성기였던 시절의 프랑스 느와르 영화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영화들 속에는 언제나 고독한 주인공이 있고, 그는 자신을 둘러싼 악연의 굴레와 싸우다가, 결국 스스로를 희생하며 막을 내린다.
범죄세계라는 영화적 공간은 어쩌면 세상사를 압축한 시적 비유 같다고 느꼈고, 그런 감흥을 어른동화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처음 떠오른 단상은 “어느 날 한 원숭이의 머릿속으로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라는 문장이다.
원숭이의 세계에서 그럭저럭 적응하며 살아가던 악심에게 어느 날 우연히 춘자라는 소녀의 영혼이 찾아오면서 균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균열은 악심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갈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