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안 공원에 90대 노인이 여느 때처럼 걸어 들어온다.
공원에서 젊은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는데, 세대가 다른 이 노인에게는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구경만 하던 주인공 노인은 옆 벤치에 앉았다가 그 옆에 놓인 ‘워크맨’ 을 발견한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거꾸로 된 모양의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갑자기 노인은 거꾸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삶과 세상이 되감기된다.
연출의도
급변하는 시대를 살았던 1926년 안양 출신 노인의 구술을 통해 신체와 세계와의 관계를 표현한다.
주인공 노인은 소시민적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일본의 교육을 받고 해방 후 전쟁에 나가고 빠른 경제성장을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여야 했던,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로의 삶을 살았다. 노인의 기억 속 전쟁과 가난, 일제강점기의 슬픔과 고통은 사적인 추억들과 섞여 지리적 기반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다.
오일파스텔의 두터운 질감이 느껴지는 동화는 디지털 방식이 주는 효율성에서 조금 벗어나 하나하나 손으로 그리는 아날로그적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 자체로 시간성을 내포하는 제작 과정은 이야기 속 과거와 맞닿아 있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은 단체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사진을 찍자 뿌옇게 뭉개져버린 장면 뒤로 다시 중첩되는 이미지들처럼 기억은 희미해지고, 미화되고, 편집되어 뒤죽박죽 엉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