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제도가 엄격했던 18세기 조선시대, 사대부 선비와 기녀의 사랑이야기. 미천한 신분의 기녀와 사대부의 선비는 서로 사랑하며 결혼을 약속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헤어지게 되고 기녀의 두 눈을 장님으로 만든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선비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앓이를 하는데, 보다 못한 친구는 선비를 위해 춤판을 가장하여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다. 기녀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임 앞에서 쌍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춤추는 여인의 정체를 알아차린 선비는 친구로 부터 그 간의 비통한 이야기를 듣고 놀란다. 춤은 자못 절절하고 비장하다. 이윽고 절정의 순간, 전립을 벗어 던져 자신의 정체를 당당히 드러내는 여인. 이제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머리위로 쌍검을 던진다. 날카로운 쌍검이 그녀의 머리위로 아슬아슬 떨어지는 순간, 선비는 쌍검을 막기 위해 달려가 그녀의 몸을 감싼다. 이에 하늘도 감동한 듯, 흩날리던 붉은 매화꽃잎들이 사방에서 휘몰아치며 쌍검을 감싼다. 쌍검은 붉은 매화꽃잎들로 변하며 기녀와 선비의 주위를 아름답게 맴돈다. 두 사람은 깊게 포옹하며 다시 사랑으로 하나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앞을 못 보는 기녀의 환상, 현실은 여인을 감싸 안은 선비의 어깨에 검이 꽂혀있다.
연출의도
조선시대의 유명화가 신윤복의 <쌍검대무>에서 모티브를 얻어,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하였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애니메이션으로 현대화, 세계화 하고 싶었다.
신분, 계급 사회는 과거 조선시대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도 신분과 계급은 존재하며, 신분이나 계급이 낮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자유와 인권이 억압당하는 불행한 일들이 아직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신분이 낮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선비와의 사랑이 강압적으로 좌절되고 눈까지 멀게 된 기녀를 끝내 감싸 안고, 떨어지는 검을 대신 맞은 선비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며 희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남녀를 떼어 놓는 사람들과 기녀의 두 눈을 멀게 한 사람들 그리고 눈을 멀게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그 주체가 보이지 않는 힘이나 권력, 혹은 사회제도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
선비나 기녀가 등장할 때 날리는 매화 꽃잎의 색 농도와 양이 점점 붉어지고 많아지도록 함으로써 사랑이 점점 짙어지고 깊어지고 있음을 표현하려 했다.
부감과 앙각을 자제하고 아이레벨에 앵글을 맞춘 이유는 이 작품의 주제가 계급이나 신분의 높고 낮음이 아닌 인간적인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가 한국적인 것임에도 주제곡을 영어로 부른 이유는 영어가 세계 공통어로서 주제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 공통의 문제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한국의 대표적 전통 악기인 가야금과 서양의 대표적 악기인 피아노를 조화시켜 편곡한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