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밤, 외딴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하고 있고, 도로에서 나타난 동물들이 로드킬을 당한다.
동물의 종이나 서식지는 가리지 않는다.
도로는 거대한 동물도감으로 만들어지며, 운전자의 딸의 손에 쥐어진다.
자동차는 또 다른 도감을 만들기 위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연출의도
로드 킬은 지구상에서 너무나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끔찍한 일 중 하나이다.
나와는 먼 이야기 같지만 누구나 로드 킬을 당한 동물사체 한번 쯤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엔 충격적 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고개를 돌리면 잊게 되어버렸을 정도로 빈번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관객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외면하려고 했던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로드 킬’ 행위 자체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가지는 것뿐만이 아닌, ‘로드 킬’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 태도, 인식에 관한 이야기다.
관객은 이 이야기가 로드 킬에 대해 무책임하고 잔인한 인간의 태도가 멈추지 않는 순환고리처럼 반복되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렸을 때, 비로소 자신도 그 순환고리 중의 하나였음을 깨닫고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것 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