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작업 중 첫 번째 작업으로, 유산된 태아에 관한 작업이다. 나에게는 유산된 형제남매가 둘 있는데, 검사도 하기 전에 유산이 되어 사실 어느 쪽이 형인지 누나인지도 알 수 없다. 두 사람이 유산되었고 그 후에 나와 나의 누나 둘이 태어났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그 유산된 두 형제 대신 세상에 나온 것이지만, 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들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아스테리오스 폴립>에서 유산된 형제를 두고 그림자 형제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그 단어는 나에게 유산된 형제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일깨웠다. 그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고, 사라진 게 아니라 단지 다른 세계의 일원이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사산아들만의 세계에 속하는 일원이 되었다면, 그들은 그들의 닫힌 가능성을 공유하리라 짐작했다. 그들에게는 한 소절이 끝없이 반복되는 미완의 태교음악이 울릴 것이다. 나는 하나의 특정 형체에 고착되지 않는, 여러 동물의 태아가 뒤섞이는 부정형의 생명체를 상상했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운동할 것이다. 어떤 존재로든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를 담지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 작업은 유산된 내 형제를 기억하는 방법으로서 제작되었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리며 혼을 기리는 의식과 같은 맥락으로 시작했으나, 진행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개별적인 차원에서의 추모가 아닌 유산된 태아들, 태어나기도 전에 저편에 가버린 존재들을 위로하는 작업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것은 일종의 추모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