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창문 하나만 있는 불가사의한 공간에서 한 소반을 두고 앉은 남녀, 그 사이에 괴물이 있다.
주인공 남자는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번번이 불가해한 방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돌아올 때 마다 한 사람 두 사람 없어지고, 결국 괴물과 남자만 남게 된다. 그리고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남자.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괴물도 없어졌다. 입맛을 다시는 남자. 누가 누구를 먹었는지 알 수 없다.
연출의도
제목의 구 口는 입 외에도 탈출구를 암시한다.
<구>의 입은 말하고 소통하기 위한 입이 아닌, 상대를 잡아먹기 위한 폭력의 도구다.
폭력의 집약체로 표현된 것이 거대한 괴물이다.
주인공은 괴물에게서, 폭력의 공간에서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지만 번번이 불가해한 방식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결국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듯하지만... 어느새 괴물도 주인공의 입안에 들어가 버리고 없다.
누가 누구를 먹었을까? 누가 진짜 괴물이었을까? 사람들은 종종 자기 자신을 폭력의 희생자라고 믿는다.
그런 우리가 사실은 폭력의 주체였을 수도 있음을 모호한 악몽처럼 암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