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주인을 둔 집에서만 지내던 개 마로는 어느 날 주인누나가 학교를 가다가 실수로 열어놓은 문 틈으로 누나를 따라가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자신과 전혀 다른 처지의 동물인 까마귀를 만난다.
연출의도
집에 두고 나온 개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가끔 소파에 누워 사람처럼 자고 있는 마로를 보면 10년동안 함께 한 가족이지만 털복숭이 동물이 사람 사는 곳에 있는 것이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 중년이 된 개 마로도 나름대로의 견생관이 있을 것이다. 과연 갖혀 지내는 개들은 행복할까? 그렇다고 그들이 불행하고 불쌍한 존재인 걸까? 야생 그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다른 동물들은 또 어떤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동물이 즐겁게 티격태격 하는 사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단순히 갖혀지내는 개들이 불쌍하다는 관점이 아닌 다른 가치관을 가진 동물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인간의 생활에 적응해 살 수 밖에 없는 애견들의 삶, 그 이질감, 또는 안쓰러운 상황들과 만만하지만은 않은 바깥세상을 대비시키고 해소감을 주고싶었다. 사람과 함께 살게 디버린 동물을, 사람의 시점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스스로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