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 속의 황량한 세상에 갇히게 된 어린 아이. 그곳이 두려워 자기만의 상자 속에 숨은 채 카메라 바깥세상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 조각들을 모으는 ‘빛의 놀이’를 고안해 내어 하루하루를 보낸다.
좁고 어두운 상자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는 외로움에 지치기도 했지만 놀이를 계속했다. 놀이를 반복할수록 상자는 많은 추억들로 가득 채워졌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성장했고, 상자가 몸에 꽉 끼도록 비좁아지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연출의도
어린 시절 나만의 추억을 담고 있던 책상 밑 ‘특별한 장소’를 사진기 속 세상으로 비유해 유년기의 추억과 성장에 따른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빛을 담기 위해서 완벽한 어둠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진기처럼, 내 ‘특별한 장소’는 스스로 안심할 수 있는 좁고 어두운 공간이어야 했다. 그곳에 혼자 있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때론 지루하기도 하지만, 상상력으로 주변을 채우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두는 특별한 공간이 되어 비로소 내게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는 거대하고 ‘밝은 방’이 된다. 시간이 지나 성장하면서 그곳에 더 이상 몸을 맡길 수 없게 되면 지난 추억이 떠올라 아련한 그리움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느새 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또 다른 특별한 장소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