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나는 입시 때 느꼈던 불안을 여전히 느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잘 지내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를 도와주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Review 나는 너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때는 왠지 모르게 네가 너무 미웠어. 그때의 나는 너고 너는 나라서. 나를 닮아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될 때, 그리고 더이상 그 사람에게서 내가 보이지 않을 때, 너가 가는 길과 내가 가는 길이 너무 다름을 확인하게 될 때, 가끔씩은 거울에 비친 내 세상이 너무 흐릿해서 사라지는 것 같을 때. 어느 시간에서든 자리 잡지 못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겉잡을 수 없는 심연을 들여다 보는 일과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삶에 대한 가득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힘없이 죽어가는 잠자리엔 내 모습이 투영된다. 어쩌면 삶은 혼란과 우울, 분노와 고통, 그 모든 굴레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불행이 예견된 여정이다. 모든 절망과 고통은 필연적으로 제거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부디 내가 구하지 못했던 잠자리가, 같은 목숨의 무게를 가진 우리가 모두 스스로를 구해내길. 격렬한 투쟁의 끝에 고요한 생존이 계속 이어지길.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윤정
연출의도
<잠자리 구하기>는 ‘미성숙’한 청소년이 역경과 고난을 딛고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담은 기존 미디어의 지배적인 청소년 서사에 반하는 반反성장의 이야기이다. 성장은 누군가에겐 멈춤이고 이탈이며 불화이기도 하다. 나는 이 다큐를 통해 성장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어 어떻게 삶의 불행과 죽음이라는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지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