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서 감춰지는 수많은 것들 중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있다. 영화는 1950년대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촬영한 한국 여성의 사진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어 재구성한다. 카메라를 모든 것을 담아내는 객관적인 눈이 아닌 이미지 안의 위계를 전복시키는 힘을 가진 매개로서 프레임 안에 드러내고자 한다.
Review 오래된 사진 속에 담긴 이름 모를 여성들의 눈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어서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의 최희현 감독이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다. 그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의 존재는 거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마야 데렌의 저서 『예술, 형식 그리고 영화에 대한 생각들의 애너그램』에서 발췌한 내레이션이 가리키듯, 카메라는 리얼리티를 포착해 낸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최희현 감독이 실재하듯, 영화의 시작에 등장한 여성들 또한 실재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을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카메라와 사진의 역량은 그뿐일까.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가 확대된 이미지와 원본, 사진의 앞과 뒤, 그리고 프레임의 바깥까지 사진을 바라보는 방식을 넓혀나가듯, 우리는 몇 장의 사진으로부터 사진에 대한 질문들을 떠올려볼 수 있다. 이를테면, ‘카메라는 정말로 가치중립적인 도구인가?, ’저 여성들을 프레임 안에 머물도록 만든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카메라에 담긴 리얼리티로부터 당신은 어떤 요소들을 떠올리고 있냐고 묻는 영화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태현
연출의도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1950년대와 60년대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이 한국 여성을 촬영한 이미지들을 재조명 및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이 사진들은 당시 한국의 미군 부대 내에서 공연을 하는 다양한 모습의 한국 여성들을 담고 있으나 해당 여성들이나 촬영한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어진 상태이다. 영화는 사진들에서 드러나는 역사의 빈틈, 그리고 피사체와 촬영자 또는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위계에 주목하며 카메라의 필연적 주관성으로 인해 프레임의 주변부로 밀려난 것들을 다룬다. 슈퍼 8밀리 필름으로 촬영된 20분의 러닝타임은 수십 장의 사진들의 프레임, 뒷면, 그리고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