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 ‘동혁’과 결혼하여 과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 여성 ‘아야’는 체한 것 같은 증상을 느낀다. ‘아야’는 과일을 배달하던 중 만난 손님 ‘정희’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Review 나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내 팔목을 우악스레 잡아끄는 그의 손은 폭력적이다. 나를 면밀히 진단할 생각도 없이 바늘부터 찔러 넣고 보는 그의 행동은 폭력적이다. 내가 배우고 싶어 가지고 온 한국어 교습 전단지를 보고 기뻐하는 그의 목소리는 폭력적이다. 그는 매 순간 나를 아프게 한다. 영화는 결혼 이주 여성 ‘아야’의 체기를 다루는 두 사람의 태도를 보여 준다. 아무리 손을 따도 낫지 않던 속이 대번에 쑥 내려가게 하는 화타는 어느 쪽일까. 아야의 속에 얹혀 아야를 괴롭히던 것은 뱉지 못하고 쌓여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언어들일 것이다. 영화는 속에 말이 얹힌 이들의 손을 꾹꾹 누르고 일정한 박자로 등을 쓸어내리며 스크린 밖의 아야를 상상하게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그의 목소리로 증상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진연우
연출의도
표현이 서툴거나 할 말이 있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아끼고 아껴 결국 하지 못한 그 수많은 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속에서 병이라도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야기가 출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