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일 해도 1년의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돌봄 노동자들이 있다.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을 때 돌봄의 공백을 온몸으로 막은 선생님들이 있다.
선생님이지만 사회적으로 선생님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직업인들이 있다.
그들은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이다.
2.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는 초등 돌봄 공동육아 조합 <도토리 마을 방과후>가 있다.
학교 하교 후에 이곳에 와서 생활하는 60명의 아이들을 5명의 선생님들이 돌보고 있다 .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을 같이 지내는 선생님들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교사 회의를 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방과 후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회의를 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선생님들은 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회의를 한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고 우리 모두의 일상이 무너졌다.
학교는 휴교를 하고, 공공 시설도 접근이 어렵고 어디로도 외출이 쉽지 않았다.
갑작스레 학교를 가지 못한 아이들과 맞벌이 부모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일상 안에서 더불어 커가는 가치가 가장 중요한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 회의는 더 길어졌다.
긴급 돌봄 체제로 회의는 길어지고 안팎으로 일상의 유지는 더 어려워졌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 가정 보육이 어려운 아이들,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을 지키기 위해 방과후 선생님들은 회의하고 또 회의한다.
코로나로 할 수 없는 것들은 많아지고 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들을 더 많아지지만
방과후 선생님들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지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군에도 포함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학교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학교 방과후 선생님도 아닌 공동육아 마을 방과후 선생님.
선생님이라도 불리지만 이들은 제도권 안에서 한 번도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호명된 적이 없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을 마을 방과후 선생님으로 일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경력을 인정해주는 곳은 없다.
있지만 없는 존재였던 선생님들이 문 닫은 학교 대신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다.
Review 직업은 이름이다. 누구와 만나서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보다도, 회사 이름이나 직책이면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게 된다. 때로 가치나 신념은 이 간단한 소개를 거부하게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준다. 학원 외의 다른 선택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 방과 후 시간표에, 마을 방과후 학교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배움터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공교육의 사각지대는 아이들에게도 그렇지만 교사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대안 교육의 중요성과 의미가 강조될 수록,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기 쉽지 않아진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재난은 '보편' 안에 누가 속하는지 아닌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안적인 교육 현장이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에게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그속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꾸밈 없이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진하
연출의도
한국사회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돌봄 노동자들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호명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시기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돌봄 위기를 오롯이 책임졌던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안한 고용과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소명을 다해 돌봄 노동을 하고 있는 돌봄 종사자들을 알리고 그들의 가치에 공감을 호소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가치를 믿고,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분들을 장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태도와 삶을 존경합니다.
가까이 있지만 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중. 우리 주변에는 돌봄에 종사하는 돌봄 종사자, 필수 노동임에도 그림자 노동을 하는 돌봄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마을에서 8년 동안 그들을 지켜봤고, 4년여의 시간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이 다큐는 가르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배움이 일어나는 모든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들여다 보는 이야기,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배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긴 회의 끝에만 얻어지는 아이들의 일상과 평온한 생활의 공간. 아이들의 놀이라는 일상 안에서 다양한 정동이 솟아오르길,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의 삶을 또다른 정서가 채워지고 위로 받길 기대합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2022)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22)
감독작품경력
박홍열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2022)_공동연출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2019)_공동연출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2005)_공동연출
[상암동 월드컵 - 사람은 철거되지 않는다](2002)_공동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