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단편영화 상영회를 끝으로 영화 은퇴를 선언한 이한. 15년의 영화 인생을 마무리하고 술에 취해 돌아가는 길, 이한은 자신의 단편영화 속 주인공 소정을 만난다. 다음 날 잠에서 깬 이한은 지난밤의 일이 꿈처럼 느껴지는데... 바로 그때! 이한의 집으로 더 많은 캐릭터들이 들이닥친다.
Review 창작은 무언가를 새로 창조해 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손쉽게 자신이 하는 일을 먼지만도 못한 일로 치부해 버리고는 하는 것 같다. <단편영화 유니버스>는 그렇게 작아져 버린 이들 앞에 한 세계를 꺼내어 펼쳐 놓으며 무게 없이 부유하던 관념에 실체를 부여하고,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인격을 가진 존재로서의 사람 한 명, 한 명과 직접 눈을 마주하게 한다. 264번의 우울과 126번의 추위, 138번의 죽음의 무게에 관해 이해하게 된다면, 세계관으로의 ‘단편영화 유니버스’가 아니라 ‘나’라는 하나의 세계에 대한 책임감이 부쩍 와닿을 것이다. 어깨에 얹힌 것이 죄다 무거운 시대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드물게 위안이 되는 영화. 나의 액션, 한마디에 살아나고, 컷, 한마디에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진연우
연출의도
<사라지는 여자>를 찍을 때 “영화 망하면 캐릭터들이 나 찾아오겠다” 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 기준에서) 정말 망했고, 모질게 굴었던 캐릭터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