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5성급 호텔에서 하루를 머물게 된 한 커플. 오늘은 둘이 사귄 지 1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사랑과 기대로 가득 찬 채 호텔로 향한 이들에게 털이 난 거대한 곰팡이, 무시무시한 번개, 사랑과 오이, 크리스마스와 방귀, 그리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감각적인 화면과 독특한 리듬으로 컬트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세영 감독이 영화의 많은 파트와 함께 주연까지 맡은 작품으로, 2022년 부천영화제 3관왕 수상작인 신작 장편 영화 <다섯번째 흉추>(2023)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Review 오늘로 100일 기념일을 맞이하게 된 영배와 주은은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5성급 호텔에 삼십 분 일찍 입실한다. 주은은 잘못 나온 사진이 신경 쓰이고, 영배는 꼭대기에 위치한 이 방의 저렴한 가격이 의심스럽고, 번개 치면 정통으로 맞게 될 것이 걱정되지만 둘은 곧 기념일을 위한 소품 설치와 오이팩에 푹 빠진다. 함께하는 동안에 주고받는 영배와 주은의 과장된 말투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랑으로 인해 생긴 변화를 냉소한다. 주은이 잊고 있었던 줌 미팅에 참석하게 되자 영배는 호텔 주변에서 달리기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주은과 영배, 호텔의 안과 밖을 장난스럽게 오가며 호텔 벽의 곰팡이를 자극한다. 혼자가 된 영배는 미래를 예견한 듯 불안한 눈빛을 한 채 창문 너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호텔 안 사람들을 목도하고 주은은 영배에게 전할 사랑의 말을 입 밖으로 내기에 바쁘다. 부지런히 풀어지는 입욕제와 사랑한다는 말에 맞추어 굉음을 내는 곰팡이, 번개가 찾아올 것만 같은 예감. <호캉스>는 사랑한다는 사실이 잠재워 놓은 사사로운 불길함을 사랑한다는 말로 다시 불러내어 이상하고도 마음 놓이는 사랑의 면면들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
연출의도
‘사랑해’라는 말이 얼마나 이상하고 기괴하고 오글거리면서 아름답고 못생기고 기적 같은 말인지에 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