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할아버지와 손자는 사라진 원주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영화를 보다가 망가진 비디오 탓에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들이 간 극장 역시 문화극장, 원주 아카데미 극장이다. 손자는 매일 같은 극장만 간다 투정을 하지만, 할아버지는 다른 극장을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대답을 얼버무린다. 손자의 투정처럼 항상 그곳에 있는 극장과 그곳에서 상영되는 항상 같은 영화, 그리고 매번 돌아오는 관객들. 한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묶여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모두 유령과 같은 존재이다. 유령처럼 남아있던 이들은 그들이 유령처럼 보던 영화 <필연과 우연>을 자르고 붙여서 다시 만들기에 이른다. 이들이 다시 만든 영화에는 영화관의 유령들에게 전하는 다정한 당부가 있다. 숨바꼭질을 할 때는 반드시 돌아와야 하지만, 자신은 늘 길을 잃는다는 것.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혼란한 영화 속 세상에서 길을 잃고 영화가 끝난 뒤에야 잠에서 깨어 멍하니 영화관에 앉아있는 유령 같은 영화관의 관객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안부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