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형상을 한 네 개의 인형이 사무엘 베케트의 <쿼드(Quad, 1981)>에서 따온 움직임으로 걷는다. 들뢰즈의 <쿼드>에 관한 분석 <소진된 인간(1995)>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이 영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가능성의 소진’을 탐구한다. 인형들, 그리고 인쇄된 인형들의 이미지는 천천히 붕괴되고 반복의 잔여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한다.
Review 네 명의 군인 인형은 정사각형의 공간 위에서 통제된 걸음걸이로 반복적인 몸짓을 보인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군인 인형들의 몸짓은 이내 패턴을 잃고 정사각형 바깥으로 이탈하는가 하면 순식간에 중심을 잃고, 개입된 손길에 따라 제 모습을 잃는다. 군인 인형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나레이션은 몸짓과 불화하는 듯 화합한다. 통제된 몸짓을 반복하고 정사각형 위에서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군인 인형들은 소진된 채 ‘마지막 관문’에 다다르게 되지만 일곱 가지 빛깔을 보던 눈은 자연의 태양 광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력을 잃고 만다. <소진된 인간>은 들뢰즈의 동명 작품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군인 형상을 동원해 재해석하고 반복과 소진, 자유의 의미를 되짚는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
연출의도
애니메이터는 반복된 행위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한 프레임을 만든다. 통제되어 조금씩 움직임을 가지는 영화 속 인형은 마치 개인의 의지와 욕망이 통제된 군인들과 비슷하다. 반복된 행위로 인해 인형은 조금씩 붕괴되고 그 점을 통해 반복, 소진 그리고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2022)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2022)
제20회 팡떠쉬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2022)
제11회 Eyeworks Festival of Experimental Animation(2022)
감독작품경력
[멀고 가까운 곳](2023)
[소진된 인간](2021)
[심리테스트](2021)
[뛰는 순간들](2020)
[내장토끼](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