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치매다! 그리고 나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산다. 나와 내 남동생에게 '옥순'할머니는 엄마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의 기억이 멈췄다. 반복되는 할머니의 행동에 남동생과 할머니의 갈등이 시작된다. 아픈 기억보다 행복한 기억이 먼저 사라지는 잔인한 병. 사라지는 기억들 사이에 우리는 어떤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할까.
Review 기억을 잃어 가는 옥순 씨의 시간이 손녀의 카메라 안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흔히들 기록은 차갑고, 기억은 뜨겁다고 하지만 옥순 씨를 담는 나연 씨의 카메라는 오래된 앨범의 추억을 들추어 보듯 따뜻하다. 옥순이 맞닥뜨리는 기억이 희미할 때, 옥순의 기억은 손녀의 입을 통해 증언되고 그 순간 양방향으로 흩어지던 옥순의 시간은 재건되어 사랑으로 박제된다. 누군가의 기억과 시간을 붙잡는 일에서 어쩌면 조금의 절박함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어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려고 하는 것이겠지만, 언젠가 옥순과 나연이 들여다보며 선명히 웃음 지을 순간이 <옥순로그>에 기록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진연우
연출의도
어릴 적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나와 내 남동생에게 할머니는 엄마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11월, 나에게는 아빠이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남편이 모두 같은 해, 같은 달 세상을 떠났다. 너무 많은 이의 죽음이 앞서 간 탓일까 그날부터 할머니는 기억은 멈추게 되었다. 나는 할머니의 사라져가는 기억들을 되찾아 오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점차 반복되는 할머니의 행동에 내 동생 동주와 할머니의 갈등이 시작되고 일본에 사는 할머니의 둘째 딸마저 세상을 떠난다. 나는 할머니가 받을 충격이 걱정되어 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숨긴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행복한 기억을 삭제시키는 잔인한 병. 사라지는 기억들 사이에 우리는 어떤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