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매트리스 위에 곰팡이가, 곰팡이에서부터 한 생명체가 탄생한다.
생명체는 인간의 척추뼈를 빼앗으며 거주지를 옮겨 다닌다. 침대로부터, 곰팡이로부터,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Review 대뜸 던져진 질긴 감정들, 이를테면 떠나가는 연인에 대한 분노, 혹은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의 어려움. 노동의 피로와 죽음의 공포. 그리고 짙은 외로움. 매트리스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전부 토해내지 못한 인간의 감정을 받아낸다. 이를 먹고 자란 괴생명체의 서슬 퍼런 육신은 곧 <다섯 번째 흉추>를 겪어내는 우리의 감흥과 닮아있다. 장면들은 독창적이고 정교하게 구성되어 흉추를 빼앗기고 마는 홀로된 인간의 끓어오르는 정념을 받아 나른다. 클로즈업에서 감지되는 단절과 이를 유도하는 매트리스의 이동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교감의 순간. <다섯 번째 흉추>를 이해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도, 영화를 이루는 장면의 감흥은 각자에게 전송되어 나름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서도 본 적 없을 독립영화.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태현
연출의도
잘 정리되지 않은 연인 관계 사이에 남겨진 찌꺼기, 한(恨), 약속과 저주들은 어디로 갈까? 그 추상적인 덩어리들이 연인이 서식했던 침대와 뒤섞여 함께하는 여정을 그리며 찌꺼기들의 최후를 그리는 동시에 침대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연인과 시간들을 추적한다. 거기서 이별하는 방법을, 잊힌 사물과 곰팡이들은 어디로 흘러가서 모이는지를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