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불구 아가씨에게 남겨진 마님의 유품, 새하얀 꽃신.
하녀 미도리는 이 아름다운 꽃신이 가지고 싶다.
Review 돌아가신 마님의 유품 정리를 돕던 미도리는 태어나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신을 갖고 싶다. 새하얀 옷가지들을 울고 있는 아가씨의 무릎에 얹어 놓고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가늠하는 미도리의 눈에 꽃신은 매력적이다.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거동해야 하는 아가씨에게 마님이 남기고 간 꽃신은 무용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이었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가씨를 이용할 방법을 꾀하는 미도리의 사랑은 스스로를 향해 있고, 그녀에게 집안 내력은 거시적 관점에서 구구절절 나열하게 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칠자화의 흰색 꽃잎은 가을이 되면 붉은색을 띠기 시작한다. 미도리가 죽음을 택하려는 아가씨를 방관하며 그녀의 삶을 철저히 타자화하는 과정은 곧 <칠자화>를 행하는 과정이다. 끝끝내 꽃신을 얻게 된 순간, 미도리는 정원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지난날의 과오와 함께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