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메라를 든 연출자는 아버지의 노동을 지켜본다. 아버지는 해도 다 뜨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근무지에서는 한시도 쉬지 못한다. 천천히 이 모습과 함께하고 나면, 아버지로부터 상처 입은 연출자의 내레이션과 벽을 뚫고 전해지는 아버지의 고성이 이어 들린다. 아버지의 두 가지 모습. 자식은 아버지의 모든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과거를 좇는다. 그는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그가 매일 남겨둔 일기는 유실되고, 그가 쓴 소설은 주변인의 증언으로만 남아있다. <일기 수집가>는 아버지의 일기를 찾아가는 표면적 목표를 이루지 못하지만, 그의 과거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일기가 된다. 딸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과거를 증언하는 가족들의 말을 따라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 혹은 전부 알았다고 믿었던 것을 새로이 알게 된다. <일기 수집가>는 사랑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용기와 성실함이 내내 묻어나는 영화다. 둘의 시간과 시선이 겹쳐지는 순간이 무척 감동적이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태현
연출의도
나는 아빠가 기억하지 못하고, 기록과 함께 사라진 그 시절을 다시 마주해보고자 한다. 누구보다 나와 닮아있을 아빠의 기억을 소환해 이제는 아빠를 인정하고 싶다.
새롭게 쓰일 일기는 곧 내 삶에서 삭제되었던 아빠와의 기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