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금지된 시대에 태희, 희준, 용석, 현성, 효진은 기억이 머물러 있는 어떤 공간에 도착하여 (각자의 방식대로) 영화를 생각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영화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길을 떠난다.
Review 영화를 자유롭게 보던 시절이 있었다.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새소리, 종소리, 시계의 초침 소리의 근원지는 알 수 없다. 첫 장면에는 텅 빈 선로 위를 걸터앉은 한 사람이 화면 바깥을 응시한다. 이따금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복적인 사운드와 자그마한 움직임들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말해준다. 열차가 선로로 들어오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던 영화의 시초를 떠올려본다. 인물은 마치 “영화를 찍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만 같다. 영화는 인물의 대사도 일절 없고 숏의 호흡도 길다. 불시에 들려오는 큰 소리들은 더욱이 숨을 죽이게 한다. 대사가 없음으로써 생기는 영화적 결기는 영화의 사운드에 기민하게 귀를 기울이게 한다. 영화는 우리를 관객의 위치로 데려다 놓은 뒤 스크린 앞에 모여드는 인물들의 모습에 동일시하도록 이끈다. 보는 사람(관객)과 보고 있는 것(스크린)의 관계는 “흐릿하고 강렬한” 언젠가의 기억을 연상케 한다. 스크린에는 군중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이어진다. 열차처럼 도착했다가 떠나는 이들의 여정이 퍽 낭만적이다. 시네마를 유유하는 네 명의 여행자들의 하루로 명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조영은
연출의도
2022년 지금 이 시대에 영화는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네마일까 디지털 시네마일까. 그리고 이것은 정말 필요한 질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