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는 세월 동안 교회와 집을 오가며 독실한 교회 집사님으로 살아온 나의 엄마 이윤정. 윤정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더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교회를 관두면서 다니게 된 곳은 일산의 어느 이주민 인권단체 사무실. 지역사회의 이주민들을 조력하는 일과 함께 화성외국인보호소(강제출국 대상자를 구금하는 국가보안 시설)를 방문하기 시작한 윤정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난생 처음 해보는 컴퓨터 작업과 각종 사무 일, 그리고 외국인 응대에 어려움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외국인 숫자는 늘어만 가고, 윤정의 휴대폰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윤정의 딸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나는 윤정의 변화가 신기하고 낯설고 멋져 보여 윤정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윤정과 윤정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들에 애쓰는 윤정과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아닌 ‘기브(give)’만 하는 관계들.
엄마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Review <어쩌다 활동가>는 이주민 인권 단체 활동가인 이윤정 씨와 그의 딸 박마리솔 감독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윤정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때를 계기로 박마리솔 감독은 엄마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 장치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정 씨의 삶은 감독 자신에게로 흘러든다. 윤정 씨를 담아내던 카메라는 거울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매개가 된다. 박마리솔 감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밤낮없이 헌신적으로 업무를 보는 윤정 씨의 모습이 꼭 “달걀이 아닌 메추리알로 바위 치기” 같다고 말하지만, 이내 “엄마를 따라 작지만, 단단한 메추리알을 던진다”라고 고백하게 된다. 한 발짝 떨어져 카메라를 든 감독은 스스로 활동가라고 소개하는 사람들 속에서 연대할 자격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국가 폭력에 의한 보호외국인의 삶을 가시화하려는 이들처럼 감독은 카메라로 그 근원을 응시하다가 이내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다. 사회문제에 불공평함을 느끼고 함께 분노하는 일은 그 자체로 연대하는 마음이 된다. 두 사람으로 이어진 삶의 궤는 더 다양한 세상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그의 변화에 서서히 동요되는 관객의 마음은 이 영화를 향해 연대와 지지를 보내게 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조영은
연출의도
엄마가 꼭 세상의 모든 문제를 혼자 떠안은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타고난 오지라퍼인 엄마를 엄마로 둔 덕에, 나는 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존재하지만 존재를 부정당한 사람들을 보고 들었고 끝내 만나게 되었다.
왜 엄마여야 했을까? 왜 하필 엄마가 나서야 했을까? 그리고 왜, 나는 엄마를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이 영화는 모녀에서 동료로, 관찰자에서 연대자로 확장되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