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해원은 엄마를 외롭게 하는 아빠가 밉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하영은 유일한 가족이던 아빠마저 죽은 후에 혼자 남게 되는데,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둘은 철없는 어른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Review 열여덟 해원의 어머니는 노래방 사장이다. 해원은 오래된 프랑스 영화를 보고 또 보며 어머니의 퇴근을 기다린다. 둘은 한 자전거를 타고 밤늦게 집에 돌아간다. 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버지/남편을 마주한다. 해원은 그가 의심스럽다. 쪽지를 훔쳐 복도로 나간 그는 15층 아저씨가 투신한 자리에 맞춰 누워있는 하영을 바라본다. 동선이 겹치는 일이 잦던 둘은 천천히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다. <야행성>의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고백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이들의 밤과 낮을 천천히 따라 걷는다. 무엇도 간단히 설명하려 들지 않고, 서사를 추동하는 힘을 인물들의 행동에 맡겨둔다. 각자의 이유로 입을 다물게 된 이들은 서로의 작은 몸짓과 표정에서 서로가 동류의 사람임을 발견한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알게 된 것은 우리 관객이 두 명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견하게 된 것과 다르지 않다. 두 인물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관객이 이들의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과 같다. 이제 둘은 혼자가 아니다. 한 영화를 보며 평온한 잠에 빠져드는 둘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우리가 흐뭇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