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자 사는 노인은 딸로부터 로봇 청소기를 선물 받는다. 딸은 이제 잘 찾아오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노인은 매서운 소리를 내며 집 안을 휘젓는 로봇 청소기가 귀찮다. 하지만 현관 비밀번호를 까먹는 자신을 돌아보며 삶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나타나 자신의 곁을 지키는 로봇 청소기를 보며 마음을 달리 먹는다. 둘은 새로운 추억을 나눈다. <깜빡깜빡>을 SF라는 방법론을 일상 안으로 끌어드려 아름다운 감정을 만드는 영화로 묘사한 평을 봤다. 그쪽으로의 감상 또한 일리 있고 또 영화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깜빡깜빡>은 실용적 가치만을 지닌, 소통을 이끄는 주체가 되기에는 아직 모자란 로봇 청소기만이 말동무로 남겨진 노인의 시간을 좇으며 돌봄 노동이 부재한 사회구조를 되묻고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치매 증상이 찾아온 노인을 돌보는 책임을 가진 자는 자식 밖에 없어 보이고, 그는 더 이상 그 일을 맡을 수 없다. 로봇 청소기는 노인에게 찾아온 위험한 상황들 앞에서 무력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 “우리 집이 어디였더라?”라며 혼자 고뇌하는 노인과 ‘깜빡이’의 모습을 보며 단순히 감상적이어지긴 쉽지 않다. <깜빡깜빡>은 마지막 장면의 눈처럼, 포근해 보이지만 가까워지는 순간 서늘해지는 영화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태현
연출의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