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은 ‘청년 글짓기 교실’에서 만난 해경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거절한다. 하지만 글짓기 교사 영지는 다음 수업 때까지 공동 글짓기를 해 올 것을 두 사람에게 제안한다. 얼떨결에 한 조가 된 두 사람은 각자 ‘종말’과 ‘사랑’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견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결국 대화는 치열한 공방으로 치닫는다.
Review 모든 것이 평화로운 듯 보이는 가을날의 공원에서 해경은 윤진에게 고백한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윤진과 엎어진 마음을 감추려 애쓰는 해경. 이후 청년 글짓기 수업 시간, 눈에 띄게 떨어져 앉은 둘은 도리어 함께 글을 써야 하는 팀원이 된다. 하지만 각자의 화두가 다른 곳을 향해 있는 탓에 주제 선정부터 쉽지 않다. 그렇게 시작된 <지구 종말 vs. 사랑>. 사랑의 유효성을 뒤로하고 다가올 지구 종말을 예견할 때 들뜨는 윤진과 사랑으로 하는 경험을 솔직하게 써 보고 싶은 해경의 대화는 관객을 낯설지 않은 고민들의 장으로 인도한다. 한편, 주제 선정을 위한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해경은 윤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구 종말 = 사랑’이라는 식을 기꺼이 의심해 보게 된다. 주제를 정하지 못한 채 다가온 발표 시간. 운석을 보는 윤진을 보던 해경은 verse 없이 지구 종말과 사랑을 말하고 윤진은 모두의 눈앞에 운석을 가져다 놓는다. 지구 종말과 사랑 이야기가 더는 새롭지도, 교훈적이지도 않다면 처해 있는 현재를 바로 보고 발화하는 일만이 방법일 것이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
연출의도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부터 비롯된 종말에 대한 고민도 담고 싶고, 사랑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싶은 욕심으로 빚은 이야기다. 종말과 사랑,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한가. 지금 우리는 무엇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윤진’과 ‘해경’ 두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 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