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그만둔 택배기사 수현은 대학교에서 배송을 하던 중 연기과 학생 지영과 접촉사고가 난다.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는 수현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던 지영은 대신 다른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수현의 탑차를 타고 지영의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Review 탑차 뒤 칸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택배 기사 수현이 보인다. 영화의 공간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상자를 한가득 싣고 이곳저곳 헤매는 하루의 여정을 그린다. 다만 영화의 인물들은 푹푹 찌는 더위에도 서로에게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타인을 마주하는 얼굴은 서로에게 머물러 있다. 이는 커다란 삶의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불쑥 나타난 타인과 낯선 동행에서 방향 감각을 찾는 순간은 제법 마음을 달랜다. 수현은 지쳐도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길을 잘못 들지라도 새로운 목적지로 나아가게 된다. 영화는 그런 수현의 선택을 조용히 따른다. 내내 차창 너머로 비춰지던 수현이 유리창을 내리는 순간 우리는 그가 나아가는 길을 믿어보게 된다.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공기가 영화를 지배하는 열의 감각을 수그러들게 만들지는 못한다. 다만 어느 정도 환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 그가 어디로 향할지는 모른다. 그렇게 흐르는 길 위에서 찾아가는 삶 한가운데 놓여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조영은
연출의도
삶에 꼭 정해진 경로가 있고 제 시간에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도착해 있는 각자의 목적지는 모두 제각기의 노력 끝에 도달해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었을지라도, 혹은 아직 그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중일지라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 인생의 여정 위에서 불안하거나 내가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때론 그런 불안과 좌절감을 그대로 느끼며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