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오래된 동네 가정동에 사는 상운. 그는 육교 너머 신도시 청라에서 일을 한다. 매일 밤 늦게 퇴근하는 상운은 누군가 매일 동네 담벼락에 써놓은 시를 읽으며 하루하루 위로를 얻는다. 어느 날, 그는 매일 바뀌던 시가 바뀌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Review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운과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 노동자 종수에게는 패턴이 있다. 대동빌라 담벼락의 화이트보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타들어가는 담배와 함께, 새벽이 오면 종수는 화이트보드에 시를 쓰고 밤이 되면 상운은 종수의 시를 읽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익명의 존재지만 내 집 없이 남의 집을 부유하는 일의 텁텁함과 목숨을 부지하는 일의 무거움을 공유하고, 그것으로 족하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육교를 건너 슈퍼에 가는 상운 위로 종수의 음성과 텍스트가 흐르는 연출은 이를 증명한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숱한 진실들이 담배 연기가 되어 공중을 건드릴 때 확인한 세계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가정동. 건설 노동자는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와 분리될 수 없고, 종수는 화이트보드에 시를 쓸 수 없게 되었다. 착용하고 있었던 안전모는 깨져 버린 것으로 파악된다는 뉴스와 종수가 녹슬고 갈라져 있는 와이어에 몸을 맡겼다 증언하는 미혜.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개인의 불찰이 아닌 안전을 위한 시스템 미비로부터 발생한다. <가정동>은 담배와 시를 관통하며 성실히 맞물리고 있었던 각자의 패턴들이 어긋나게 된 이후의 시간으로 나아가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조명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
연출의도
인천 서구 가정동은 인천의 오래된 동네입니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시"를 통해 위로받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싶었고, 영화로서 이 공간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회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 - 새로운 시선상(2022)
제25회 도시영화제 - 최우수상(2022)
제9회 가톨릭영화제(2022)
제7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2022)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2022)
제12회 광주독립영화제(2023)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2023)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