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있는 쉼터, 어느 정도 알려진 배우 A, 그리고 A를 따라 등산을 온 배우 B가 나란히 앉아 쉬고 있다. 한 편 멀리서 A를 알아본 배우 D는 몇 년 전, 어느 영화제에서 A와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며 배우 C에게 같이 가서 인사해보자 한다. C는 탐탁지 않지만 D와 함께 가서 인사를 한다. 다행히 A는 D를 알아보며 생각보다 반가워한다. 장소를 옮겨 근처 A의 집에 온 네 사람. A, B, C, D는 연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A, B, C, D는 술을 마시면서 조금 더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가게 되고 분위기도 점차 무르익어 간다. 해가 질 무렵, A의 집에 배우 E, F, G가 찾아온다. A, B, C, D, E, F, G는 서로 어느 정도 아는 관계도 있고 오늘 처음 본 관계도 있다.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미세하게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Review 공통점이라고는 연기를 한다는 것 밖에 없는 배우들이 우연으로 한 자리에 모여 술 자리를 벌인다. 역할과 배우의 이름이 같고, 이들 모두의 직업이 배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연출인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린다. 토해내듯 밝히는 연기에 대한 사랑은 극영화라는 빌미를 내세워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에게 우호적이던 말과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각자 다른 사람이라는 미세한 차이들을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결국 이들은 한 데 모여 앉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각자의 이야기는 공감을 받기도, 공감을 받지 못하고 엇나가기도 하며 평범한 술자리처럼 잠시간 불편해졌다가 유야무야 무마된다. 누구나 겪어보았을 이러한 작은 엇나감을 영상으로 담아냈을 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어색한 시선까지 더해져 나와 타인의 경계는 최대한으로 늘어나고 영화와 현실이 모호한 이 영화에서 나와 타인의 경계만은 뚜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임다연
연출의도
저마다 다른 상황의 배우들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 곳에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들의 이야기는 진짜일수도 가짜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각자의 이야기 속엔 보이지 않는 "생각의 차이", "상황의 차이"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미묘한 경계선을 느끼며 결국 융화되진 못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비공감을 오가며 벌어지는 영화적 순간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에 놓인 듯 희미하고 모호한 경계의 방식을 통해 영화적 혼돈을 주고자 한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2022)
감독작품경력
[그럴 수도 있지](2022)
[살아짐이 사라짐](2021)
[냉면의 맛](2021)
[생각의 여름](2020)
[별점테러](2018)
[영화인의 외모에 대한 고찰](2014)
[변절자](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