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는 새언니가 된 친구 진희와 제사상에 올릴 전을 부친다.
분명 결혼 전까진 쿨한 친구였는데, 오늘따라 진희가 엄마 영순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
Review 혼인신고에서 도장을 찍는다고 해서, 명절에 만나 함께 전을 부치고 차례상을 올린다고 해서 모두가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희의 결혼을 통해 세 사람은 각자 새언니와 아가씨,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로 개편된다. 이름 외에 새로운 역할과 호칭을 부여받은 것이 어색한 것은 비단 선지와 진희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의심할 여지 없던 관례들이 진희의 등장으로 흔들리는 것을 보며 영순은 영 탐탁지 않다. 전통적인 가족 관계는 이름에 너무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모든 것을 담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논리적이거나 분명하지 않아서, 혼란스럽고 어색해서 전혀 다른 사람들을 묶어주기엔 역부족이다. 대신 우리가 가족이 되는 것은 이런 과정들이다. 선지가 또 다른 누군가와 이름으로서 가족이 되어가는 중에 좋은 며느리가 되기를, 좋은 사돈댁이 되기를 실패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했을 때. 어떤 관계와 역할에서 벗어나 서로가 그저 소중한 사람이 될 때. 우리는 이상하고 이상하게 가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