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는 사고를 겪은 이후 이제껏 따본 적 없는 운전 면허를 따려고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고를 기억하는 한 아이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Review → 을 불러줘요.
언젠가는 나도 이름이 없어지겠지. 남모를 어떤 여자로 불리겠지. 생의 마감을 막연하게 상상해본 적이 있다. 내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보다 더 실감이 나지 않는 건, 모두가 내 이름 을 부르지 않을 때였다.
우리는 삶의 옅어지는 시점을 알지 못한다. 그저 지나간 이후에 슬퍼한다. 문득 찾아오는 차사고는 누군가의 가족을 꾸준히 앗아간다.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던 수학여행 버스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새학기면 이름표를 바꾸어 가지곤 했던 ‘아영’과 ‘지원’은 더이상 교환식을 하지 않는다. 비어있었던 세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 방문한 시험장에서 아영의 엄마 ‘경애’와 지원은 서로의 도전을 목격한다. 경애는 이제 없는 이름이 되어버린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도로주행을 출발한다. 없어진 너의 이름을 기억하는 내가 있고, 또 우리가 있다고. 그러니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어떠한 것으로도 기억될 수 없다는 걱정이 들 때는 내 옆을 돌아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의 눈을 응시한다. 없는 이름인 나를 끊임없이 불러줄 그 입술을 오래동안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