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수발을 들며 부모의 집에 얹혀 살던 순영은 장례식 이후에 갈 곳이 없어진다.
순영에게 병 수발을 떠넘겼던 가족들은 흘러간 순영의 세월에 대해 외면한다.
순영은 혼자 살 방편을 찾기 위해 반찬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하지만 쉽지 않다.
Review 집에서 엄마를 간병하며 지내왔던 순영은 장례식 이후 거처를 잃게 된다. 순영에게 간병을 떠맡겼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가족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집을 내놓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힘듦은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도처를 맴돌고 그 누구도 선뜻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순영이 도달한 시장의 반찬가게. 이곳에선 지난한 폭탄 돌리기 게임을 마칠 수 있을까. 당장 몸 누일 거처의 부재,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 아무렇지 않게 소거되곤 하는 돌봄 노동. <순영>은 사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침잠과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날들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