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자-자유 자신감 자존감-해방기
학원 복도를 지나가다 본 교복이 멋졌던 탓일까. 나는 남몰래 여드름을 꿈꾸었다. 어렸던 내게 여드름은 어떠한 것들의 상징이었다. 젊음, 활발함, 10대만이 알 수 있는 고뇌와 같은 것들. 교복을 입는 순간이 왔을 때 그 상징이 내게도 옮겨와 주길 바랐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그 말을 절실하게도 깨달았던 청소년기였다. 여드름을 가진 중학생을 더이상 부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울긋불긋 피어 오른 얼굴을 가리기 위해 어색한 핸드폰 필터를 쓰거나 두꺼운 파운데이션을 찾았다. 여기 ‘유정’도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춤을 좋아하지만 동아리 입부 신청서를 낼 용기가 없었다.
여드름은 곧 자신감으로 직결됐고, 여드름의 부재는 자존감의 회복을 뜻했다. 당당해지기 위해 유정은 비싼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거울로 보이는 여드름은 여전히 불그스름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변하는 진리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됐든 거울을 쥐고 있는 사람은 나다. 여드름이 지나간 흔적은 반드시 새로 돋아난다. 결국 유정은 엄마가 건네주었던 투박한 크림을 바르고, 더운 여름 밤 엄마와 함께 에어로빅 춤을 춘다. 시원한 바 람을 맞으며 나풀대는 유정의 얼굴은 자유 그 자체다. 어떤 여드름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