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마비 척수장애인 기태는 어머니의 성당 친구 소피아를 만나 첫 데이트를 한다. 기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소피아에게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는 소피아가 사랑스럽다. 소피아는 자신이 잘 아는 곳으로 가자며 엘피 바로 향한다.
기태는 자신과 음식 취향부터 영화, 음악까지 잘 맞는 소피아가 신기하다. 둘은 엘피바에서 사랑을 나눈다. 아쉽게도 시간은 흐르고 첫차가 다니는 시간이 되고 기태와 소피아는 역 앞에서 헤어진다. 첫눈이 내리는 새벽, 기태의 장갑에 닿은 눈은 금방 사라진다. 한편 소피아는 지하철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연출의도
이 영화는 장애인도 성을 넘어 사랑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기획 의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들' 바로 장애인의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장애인이 인형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장애인의 성적 욕구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합니다.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그들이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는 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여러 장애인들은 개별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기태의 장갑에 닿은 '첫눈'처럼 기태와 소피아의 하룻밤은 마치 눈이 내리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지만 분명 첫눈은 기태에게 닿았습니다. 그 따스한 기억이 기태에게는 어머니 외에 마지막 따스함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사람의 온기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온도입니다. 사랑의 모양은 다 다릅니다. 기태의 사랑, 소피아의 사랑, 정애의 사랑. 찌그러진 사랑도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연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