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은 헤어진 남자친구 진만의 전직장에 대신 퇴직금을 받으러 간다.
그건 진만과의 지긋지긋한 관계에 대한 나영의 퇴직금이다.
Review 어떤 관계이든 품이 필요하다. 그 관계에는 노동이 들어갈수도, 인간 관계가 들어갈수도, 혹은 그 둘 모두가 들어갈수도 있다. 나영은 가장 후자의 관계를 그의 남자친구와 맺고 있었을 것이다. 임신 중절 수술 당일에도 나타나지 않은 남자친구 진만에게 나영은 수술 비용과 함께 그들의 관계에 대한 퇴직금을 요구한다. 그마저도 책임지고 지불해줄 의사가 없는 진만 덕분에, 나영은 그의 전 직장인 봉제 공장에 찾아가 진만의 퇴직금을 청구한다. 그러나 공장 사장의 아내 예륀 역시 만만치 않은 퇴직금을 빚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도박을 하며 필요할 때만 아내를 찾는 남편에게 예륀은 이미 진절머리가 난 상태이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공장을 벗어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적 관계로 만났던 이 두 여성은 같은 처지인 것을 직감한 양, 어느새에 동맹을 이루어 그들을 착취한 남성들로부터 퇴직금을 찾는 일에 몰두한다. 보잘 것 없는 남성들에게 대항하는 이들의 동맹은 따뜻하고 견고하며, 믿음직스럽다. 퇴직금을 찾는 데 통쾌하게 성공한 이들은 ‘고용주’에게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럼에도 이들의 동맹은 여전히 단단하게 이어져 있다. 남성에게서 벗어나며 얻은 퇴직금은 돈 뿐만이 아니다. 서로의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 든든한 퇴직금이자 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