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던 이든의 차가 엔진 과열로 길 위에 멈추어 선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든의 전화에, 해원은 밖에 나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여름날의 도로는 뜨겁고, 제대로 된 이별을 원하는 이든의 소원은 점점 소원해지는 듯 보인다.
Review 얼굴 보고 싶은 이들을 좀처럼 마주할 수 없게 된 코로나 시대, 설상가상으로 이든은 연인과 헤어졌다. 출국을 앞두고 연인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이든은 차 안에서 그를 기다린다. 매미 우는 소리가 귓속에 오래도록 울리는 계절에 들끓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인물의 모습은 갑갑함이 곱절로 와닿았던 이 시대와 착실하게 맞물린다.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 얼굴 보여 줄 수 없다는 너, 그럼에도 튀어오르는 욕심과 남아 있는 마음들. <얼굴 보니 좋네>는 백미러 속 이든의 얼굴과 수화기 너머 주고받는 목소리만으로 달뜬 여름날을 재현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
연출의도
얼굴 보기 어려운 시기에도 얼굴을 보고 해야만 하는 말들이 있다. 팬데믹이라는 삶의 조건과 등장인물 그 누구의 얼굴도 완전히 보이지 않는 구도 속에서, 2021년 여름의 감각을 담아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