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변했다고 느낍니다. 길 위의 타인은 호기심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일은 도통 일어나지 않지요. 그래서인지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일이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바깥을 마음껏 누비며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는 일이 도통 어색하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타인을 향한 응시의 감각을 되찾게 만들어주는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뼈>는 일제 강제 노역 이후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의 자리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통해 보여줍니다. <소피의 세계>는 인물의 지난 시간을 선의로 가득한 여행자의 일기를 통해 다시 써냅니다. <수중양생>은 인물의 머릿속에서 흘러 다니는 고민과 헤맴의 시간을 천천히 바라봅니다. <순영>은 발붙일 곳 없는 도시의 풍경에서 타인들의 환대가 다가오는 순간을 지켜봅니다. <양림동 소녀>는 어머니의 두터운 역사에게 영화라는 자리를 내어줍니다.
영화라는 응시는 가끔은 무용하고 힘겹게 느껴지는 우리의 시간을 위로합니다. 타인의 시간을 차근차근 상상하며,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다섯 편의 영화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응시의 감각을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