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임성재 역) 은 손님 (서별 역) 을 태우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게 된다. 손님을 내려준 뒤,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택시기사. 그가 가는 모든 길이 막다른 길이다. 그러던 와중에 올라탄 다른 손님 (임서영 역). 과연 택시기사는 새로운 손님과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Review 어서오세요 환영(幻影)합니다.
무심히 일렬로 나열된 아파트가 서늘하게 보인 적이 있다. 모든 문의 색깔도, 모양도, 문패도 같은 집의 형태가 이상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주거 공간 이상을 뜻한다. 기이한 통일감은 견고하고 독보적일수록 힘을 얻었다. 외벽 사이를 걸으며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아파트 건축가여도 단번에 이곳의 출구를 찾지 못할 것 같다고.
나가는 길을 모르겠을 때는 택시를 애용하곤 했다. 목적지를 제대로 설정하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택시 기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영화 속 택시에 올라탄 여자도 마찬가지로 주소를 읊는다. 요청한 장소로 향하는 차 안은 무더위로 가득하다. 여기서 좌회전 해주세요. 기사가 강남 주변 일대에 대한 말을 할 때도 여자는 핸드폰을 응시한다.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고 나서야 택시는 빈 차가 되었다.
만약에 말이야. 모든 것이 똑같은 장소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어떨 것 같아. 똑같은 길, 똑 같은 집, 똑같은 차.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 잡힐 듯 보이지 않는 출구를 찾아 헤매겠지.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는 고개를 들어 뒤를 바라보렴. 환영해요.
*관객기자단[인디즈]_이현지
연출의도
아파트는 제가 갖고 있는 불안장애를 테마로 작업한 영화입니다. 1차원적으로 들여다보자면 언제 손님을 태울지 모르는, 그리고 또 손님의 의해 반강제로 낯선 곳에 가야만하는 택시기사의 불안이 있겠습니다. 그 너머로 보자면 개인적으로 홀로 있을때 많이 느끼는 인기척의 대한 불안을 이 단편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홀로 있을때 느껴지는 인기척이라는 것이 단순한 느낌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은데, 이 단편을 통해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불안장애라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피곤한 것인지 알게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불안감이라는 것은 시간을 따져서 오는게 아니기에 낮과 밤을 떠나 이 불안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19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 씨네큐브상(2021)
제39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2021)
제18회 청주국제단편영화제(2021)
제11회 광주독립영화제(2022)